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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위원 칼럼

한겨레신문 '한성안의 경제산책' 혁신 없는 '규모 만능주의'-6월 2일자

류광태 | 2013.06.13 11:07 | 조회 5110

혁신없는 ‘규모 만능주의’

                                         

등록 : 2013.06.02 20:45수정 : 2013.06.0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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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안 영산대 교수

한성안의 경제산책

                    시중에서 팔리는 대다수 경제학 교과서에서 우리는 ‘규모의 경제’라는 용어를 발견한다. 그 용어는 비단 교과서에서만 논의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도 거의 관용구처럼 쓰이고 있다. 그것은 생산되는 수량이 많아짐에 따라 평균비용, 쉽게 말해 ‘생산단가’가 하락하는 현상을 표현하는 말이다. 단가가 낮아지면 최종소비재의 판매가격이 낮아지니, 소비자는 그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할 것이다. 규모의 경제는 그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에 이익을 준다. 그 결과, 그 기업은 번성하게 된다. 이게 시중의 경제학 교과서가 내린 규모의 경제에 대한 설명이자, 그것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우리는 이러한 설명에 의지해 규모의 경제를 이야기하며, 그로부터 경영전략은 물론 국가정책마저 이끌어낸다.

그런데 규모의 경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규모가 커지면, 거기에 맞게 새로운 시설이 도입되어야 한다. 작은 항아리 하나로 막걸리 10병을 발효시켜 생산하는 경우를 보자. 이 경우 원래 쓰던 항아리 1만개로 10만병을 생산하면 생산단가가 하락할까? 그렇지 않다. 생산규모를 10만병으로 늘리자면 전통적인 항아리 대신 기계와 같은 새로운 제조공법이 필요하다. 곧, 제조과정에서 ‘공정혁신’이 수반되어야 규모의 경제는 달성될 수 있다. 물론 제조공정에 맞게 노동조직도 새롭게 조직되어야 한다. ‘조직혁신’이 그것이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두 가지 혁신이 일어나 제품의 생산단가가 크게 하락했더라도 규모는 경제적이지 않을 수 있다. 다시 막걸리로 돌아가 보자. 시대가 변하니 소비자들의 취향도 변했다. 소비자들은 좀더 순하면서도 트림이 나지 않는 ‘예의바른’ 막걸리를 원한다. 그런데도 공정혁신과 조직혁신을 통해 여전히 텁텁하고도 ‘무례한’ 막걸리를 저렴하게 공급한다면, 잘 팔릴까? 그렇지 않다. 아무리 싼 제품이라도 소비자의 취향에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 제품은 팔리지 않는다. 이처럼 새로운 제품의 출시, 곧 ‘제품혁신’이 수반되지 않으면 규모는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 혁신 없는 규모는 비경제적일 뿐 아니라 반경제적이다.

요즘 많은 이들이 ‘규모 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그로 인해 온 세상이 규모만 늘리면 경제성을 달성함으로써 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고 오해한다. 이러한 규모 만능주의는 정치분야에도 예외가 아니다. 민주당만큼 규모 만능주의에 빠진 정당도 없겠지만, 여타 진보정당들도 매한가지다.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들은 통합과 단일화를 전략으로 내놓는다. 통합하면 당의 몸집이 커지고, 단일화를 이루면 소비자의 수가 많아져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여 당이 번성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모의 확대 그 자체가 기업의 생존과 번성을 보장해 주지 않듯이,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통합과 단일화가 민주당과 진보정당에 희망을 주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국민은 규모에 걸맞은 혁신을 원한다.

한성안 영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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