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게 생일 선물을 받다?

관리자 | 2013.01.23 14:45 | 조회 7063

어제 수업시간에 한 학생에게 선물을 받았다.

내 생일이 4월 19일인데 그걸 어떻게 기억했는지 13일 수업시간에 불쑥 내미는 것이다. 순간 당황했다.

2008년에 처음 강의를 할 때부터 나는 첫 시간에 학생들의 신상파악에 주력한다.

학생들 개개인의 관심사와 현재 상황을 잘 파악하는 것이 수강생들을 수업에 몰입시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 일환으로 학생들의 생일을 챙겨왔다.

생일을 앞 둔 학생이 있으면 늘 바로 앞 강의시간에 동료들과 함께 축하해주고, 책을 한 권씩 선물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식사를 함께 하기도 한다.

점점 삭막해져가는 학교생활에서 내 생일을 누군가 기억하고 챙긴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 분명할 것이라는 예상에서 시작한 일이다.

한 가지를 추가하여 생을축하를 빌미로 강단으로 나오게 한 다음 ”자신의 효도계획”을 강제로 발표시킨다.^^ 생일을 앞두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효도계획을 발표하게 되면, 적어도 생일을 맞이하는 당일에 부모님의 은혜에 대해서 생각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는 뜬금없이 수강생 중 한 명이 내 생일을 챙기는 것이다.

같은 학교에서 3년째 보따리장사를 하다보니 여러 과목을 담당하게 되었고, 학기를 이어서 수강하는 학생이 생기기 때문에 내 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28세 남학생이 불쑥 내민 비콤씨…

사실 요즘 야간 운전할 때 눈이 많이 피곤해서 사서라도 먹어보려고 했던 영양제이다.

늘 챙기기만 하다가 받으려니 쑥스럽긴 했지만, 하여간 유쾌한 경험이다.

내가 지금까지 챙긴 학생들 중에서 민망스럽게 생각한 사람들도 있겠구나 싶으면서도 기분이 좋은 것을 보니 그들도 좋아했으리라 믿고 싶다.

영양제 먹고 힘내서 더욱 좋은 수업으로 보답해야겠다.

그나저나 여러가지 정황 상 뇌물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지만, 피평가자가 이런 것을 받아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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