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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위원회

정책위원 칼럼

[正論]겁박과 상징조작의 정치- 한성안 영산대 교수

관리자 | 2013.10.15 11:12 | 조회 4601


2012년 9월 16일 문재인 의원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그러자 같은 해 10월 8일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뜬금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정의원의 폭로를 발전시켜 지난 대선 당시 김무성 의원이 거리에서 눈비를 맞으며 정상회담 회의록을 육성으로 낭독헸다. 제 땅도 적에게 주어버리는 노무현의 비서실장이었으니 나라를 지켜낼 수 없을 것은 뻔한 일이다, 사실이라면 나라도 그가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때문에 겁에 질린 많은 유권자들이 문재인 대신 박근혜를 택했다. 겁박을 통해 권력을 얻어낸 것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국정원이 여러 방식으로 일조했다는 증거들이 다수 제출됐다.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사건이 그렇다. 작년 12월 16일 대선토론이 끝난 직후 김용판 서울경찰처장은 ‘국정원의 댓글 흔적이 없었다’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 적은 세월을 살지 않았지만, 이런 식의 발표는 처음이다. 내 경험과 상식과는 한참 어긋난 방식이었지만 어쨌든 덕분에 문재인은 험담이나 하는 문제아가 되고, 박근혜는 모함에 시달리는 모범생으로 부각되었다. 국민들이 찌질한 문제아보다 과묵한 모범생을 선택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이런 비상식적 권력 획득 방식이 문제가 안 될 리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과 국정원의 지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또 다른 겁박이 필요했다.

올해 8월 말 국정원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내란을 음모하고 국가전복을 기도했다고 발표했다. 이석기 의원을 ‘가상의 적’으로 내세워 국민을 다시 겁박한 것이다. 국정원이 그 유치한 내용과 보잘것없는 ‘혁명 역량’으로부터 그처럼 거대한 내란 음모와 국가 전복의 기획을 밝혀냈다니 그 기괴한 독해 능력에 감탄할 뿐이다. 최근엔 복지공약 위반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니 NLL 문제로 국민을 또 다시 겁박한다. 실로 겁박정치의 달인이다. 겁박은 그녀의 세력들이 유신시대부터 즐겨 써 왔던 전통적 방법이다.

겁박이 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많은 국민들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고 이석기 의원을 국가안보를 위협할 정도의 위험한 ‘적’으로 간주하거나 두려워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제 다른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바로 ‘상징 조작’이다. 빨갱이, 국민교육헌장, 새마을운동 등 자신의 아버지가 사용하던 것과 달리 박근혜 대통령은 패션을 ‘혁신적’ 상징조작 전략으로 개발했다. 그 바쁜 취임식 하루 동안 그녀는 올 블랙룩, 카키색 양장, 붉은색 한복을 세 차례나 갈아입으며 패션정치의 시대를 열었다. 나는 하루에 세 번 옷을 갈아입는 사람을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미국과 중국 해외순방 때도 그녀의 패션이 단연 화제가 돼 “컬러 외교”라는 평까지 나왔다. 지난달 러시아 방문에서 열린 ‘박근혜 패션쇼’(!)는 온 국내 일간지를 달궜다. 패션에 대한 열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9월 9일에도 베트남에서 열린 한복-아오자이 패션쇼무대에서 그녀는 10m가량 걷는 ‘깜짝 워킹’을 뽐냈다.

이런 전통적 겁박과 혁신적 상징조작 덕분에 적지 않은 국민들이 그녀의 정통성 문제를 덮어두고 지지하거나 공약 위반에 대한 배신감도 잊고 있는 듯하다. 자신감을 얻어서인지 그녀는 최근 유신시대의 ‘올드보이’들을 컴백시켜 겁박과 상징조작의 정치를 강화하고 있다. 새로운 방식과 전통적 방식을 불문하고 총동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겁박과 상징조작은 모두 속임수다. 이런 속임수는 인간을 몽매한 노예로 만든다. 주인인 국민이 노예로 타락하면 민주주의는 후퇴한다. 민주주의가 후퇴하면 정치적 자유는 억압되고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소수의 지배자들이 주인의 자리를 꿰차고 자기에 맞게 정책을 좌우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시민들이 깨어 다시 싸울 수밖에 없다.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시민들의 이런 수고를 덜자면 박대통령이 성찰해야 한다. 다산선생을 빌어 박 대통령에게 한 마디 드리고 싶다. “사람이 사는 데 가장 귀한 것은 성실이다. 성실은 곧 믿음이니… 임금을 속이고 어버이를 속이고 이웃을 속이고… 나라가 백성을 속이는 것 모두 죄악이니라.” 목민관에 대한 선생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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