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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위원 칼럼

[부일시론] 글은 도끼다 /김태만 한국해양대 교수 동아시아학

관리자 | 2013.08.23 11:15 | 조회 3125


글이 넘쳐나고, 천지가 작가다. 외마디 비명 같은 감탄사 한두 자에서 논문 분량에 이르기까지 온갖 스타일의 글들에 기가 막힌다. 눈물의 감동이나 삶의 진정성이 묻어나기도 하고, 촌철살인의 기지와 해학도 있다. 권력이나 자본에 대한 조롱과 풍자를 한 줄에 담아내는가 하면, 잔잔한 시나 에세이로 창조되기도 한다. 물론 볼썽사나운 비어, 속어나 싸질러 대는 감정의 배설물 따위가 없는 것도 아니다.

찍으면 흉기, 깎으면 연장, 깨면 혁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오랜 논란이 있어 왔다. 보기에 따라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자질구레한 신변잡기의 공개된(한) 일기장일 수도 있다. 또한, 세상의 소식을 얻는 창 또는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좋은 글'이 맞춤식으로 제공되는 종합매거진이기도 하다. 그것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세상이 읽힌다.

어떤 글쓰기를 하느냐가 관건이다. 글이 세상과 소통하는 감동의 메시지냐, 아니면 '쓰레기'냐는 그야말로 글쓴이의 태도에 달렸다. 누군가가 써 놓은 영화평을 읽고 그 영화를 보러 가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 악의적 댓글에 목을 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나는, 카프카의 '변신' 서문을 인용해 제목으로 삼은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다시 비틀어 '글은 도끼다'라고 말한다.

한 후배가 페북에 올리는 글 유형을 스무 가지로 분류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페북 글에 유형이 정해져 있고, 동일인에게서 유사경향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즉, 자기자랑, 인맥과시, 자기도취, 감동공유, 생활기록, 신세한탄, 관심유도, 존재확인, 여론선동, 개그본능, 거울대화, 세상원망, 알리바이, 타인비하, 희망열거, 소문전파, 목적상실 등. 이처럼 자유분방한 글쓰기 현상이 놀랍지만, 그런 글의 유형을 섬세하게 분류한 후배의 감성도 탁월하다. 물론 모든 유형화에는 한계가 있지만, 대체로 공감한다.

생각대로 글 쓰는 것이 민주공화국 국민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언론자유이니 당연히 보장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언론자유라고 해서 특정한 정치적 목적으로 SNS를 악용하는 것까지 보장 받게 해서는 안된다. 하물며 그것이 국가기관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뿐 아니다. 특정 세력의 비호 아래 반대세력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음해하는 여론발신 조직의 자유까지 보장되어야 한다는 말은 더더욱 아닐 터! 그들이 생성하는 글이 이미 '쓰레기'라면, '쓰레기'에 합당한 다른 대우를 해 줘야 할 것이다.

최근 소설을 쓰는 한 후배로부터 내 칼럼을 두고 '성격파 칼럼'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오랜만에 들어 본 평가이기도 하지만 '성격파'라는 수식어가 몹시 낯설고 어색했다. 그의 해설은 이렇다. 뭔가 시대적·사회적 관행에 도전하는 연기를 주로 하는 배우를 '성격파 배우'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칼럼에도 '지적하고, 분노하고, 뜨겁게 안아 주고, 같이 울어 주는 칼럼'이 있단다. 간단히 말해 '참여적 글쓰기'를 말하는 듯하다. 그런 의미라면 부인할 이유가 없다. 내 글쓰기의 정신적 자양이 리얼리즘에서 시작해 신문화운동을 거쳐 오늘에 이르는 중국 문풍을 닮으려 애써 왔기 때문이다.

나는 '글에 도를 실어야 한다(文以載道)'는 명제를 신뢰한다. 글에 도를 실으려면 정신이 올곧고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감정이나 생각을 아무렇게 지껄이거나 배설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용을 깎듯 쓴 문장(文心彫龍)'은 아닐지라도 '쓰레기'여서는 안 된다.

5·4 신문학운동 당시 '문학개량추이(文學改良趨移)'를 발표한 후스(胡適)는 "여덟 가지 폐해를 금지(八不主義)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소리나는 대로 쓰는 구어(口語)의 문학'을 주창한 '백화문운동'이었다. 특히, '내용 없는 것을 말하지 말 것'이나 '병도 없으면서 신음소리 내지 말 것(無病呻吟)' 등은 오늘에도 유용한 지침이다.

감동·소통 전제, 진정성 갖춰야 좋은 글

글은 얼굴이다. 누구든 자기 얼굴을 스스로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된다. 글 쓰는 이가 좋은 얼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글을 써야 한다. 좋은 글은 우선 감동과 소통이 전제된다. 진정성과 순수성이 관건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모자란다. 꾸준한 훈련으로 표현력도 길러야 한다. SNS가 대세인 오늘날, 얼굴을 책임지듯 글을 책임져야 한다. 글은 도끼다. 사람을 찍으면 흉기가 되고, 나무를 깎으면 연장이 되고, 얼어붙은 세상의 어둠을 깨면 혁명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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