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20130529 시민일보] 아침햇살 김영춘의 반성문을 읽고 나서
편집국장 고하승
386세대의 김영춘 전 민주당 의원이 참회의 반성문을 썼다.
자신을 포함한 당내 '386 세대 정치인'들이 "줄서기에 급급해 약자를 대변하지 못했다"는 것.
그는 28일 프랑스의 유력신문인 '르몽드'가 발간하는 월간지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민주당은 지도부를 새로 뽑았는데 386 정치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국민과 당원이 386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 386의원들은 과거의 운동 정신을 망각한 채 뿔뿔이 흩어져 각기 다른 지도자들을 추종한 속물적 계파정치에 매몰됐다"면서 "언제부턴가 정치적 권력교체와 추상적 정의에만 몰두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의 권력세습을 단호히 비판하고 인권과 민주적 권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했어야 했다"며 "그러나 현실은 상식의 틀을 벗어나는 언행을 일삼기 일쑤였다"고 자성했다.
특히 최근에 나타난 '안철수 현상'의 원인을 386 정치인의 '몰락'과 연관 짓기도 했다.
그는 "국민 다수가 기득권이 돼 버린 야당 정치인에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며 "안철수 현상은 국민들의 이런 심정적 반발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의 반성문을 읽어 내려가는 필자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그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괜찮은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고 있었다.
사실 김 전 의원의 진정성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터였다.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그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서울 지역구를 포기하고,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진갑에 출마했으나, 공고한 새누리당 벽을 넘지 못하고 3598표차로 패배하고 말았다.
그래서 많은 부산시민들은 이제 김영춘도 부산을 떠나 서울로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실제 그동안 부산지역에서 출마했던 수많은 민주당 후보들이 총선 때는 ‘부산 토박이’가 될 것처럼 떠들어 대다가도 낙선과 동시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훌훌’ 털고 홀연히 사려져 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달랐다.
그 단적인 사례가 그의 외아들 준현군이 지난해 서울에서 부산진중학교로 전학을 한 것이다. 당시 부산시민들은 선거가 끝나면 준현군도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다시 돌아 갈 것이라고 수근 거렸으나, 그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그는 여전히 부산에 발붙이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자신과 가족만 부산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그가 소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인본사회연구소까지 통째로 부산으로 옮겼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부산시장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물론 김 전 의원 스스로도 “새누리당과의 10% 격차를 넘어설 수 있다고 확신이 서면 그때 출마를 고민해 볼 것”이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그는 “부산시민들과 직접 부대끼고 부산이 무얼 먹고 살지를 고민하고 그 속에서 같이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이 먼저”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의 말에는 상당한 ‘신뢰’가 담겨 있다.
그런 그가 이른바 ‘줄서기’에 급급했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참회의 반성문을 쓴 것이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부각되는 것은 우리 정치에 새 비전을 제시해 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안 의원은 그동안 수차에 걸쳐 ‘새 정치’를 운운했으나, 구체적으로 새 정치의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다.
오죽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28일 "안 의원이 떨어질 가능성이 큰 부산 영도가 아니라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게 바로 새 정치"라고 꼬집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의원의 반성문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의 말마따나 386 정치인들이 새로운 패러다임 구현을 위해 철저히 실증하고 공부하는 정치인으로 거듭난다면 민주당과 진보정치가 되살아날 희망이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모쪼록 386세대 정치인들 모두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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